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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X5 신형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그냥 페이스리프트 수준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한 장씩 넘겨보다가 멈칫했습니다. 앞모습이 너무 달랐거든요. 27년, 310만 대. 숫자만 봐도 BMW가 이 차에 얼마나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지 느껴지는데, 5세대는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게 정말 X5 맞아? — 파격적으로 바뀐 외관 디자인
제가 4세대 X5를 옆에서 볼 때마다 느꼈던 건 일단 "크다"는 한 마디였습니다. 키드니 그릴이 거대하고, 전체 덩어리감이 압도적이었죠. 그런데 5세대는 그 덩어리감을 유지하면서도 훨씬 날렵하게 다듬어진 인상입니다.
BMW가 이번 디자인 철학을 '모놀리식(Monolithic) 디자인'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모놀리식이란, 여러 부품을 덕지덕지 붙인 것처럼 보이지 않고 하나의 단단한 돌덩어리를 통째로 깎아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조형 방식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면과 면 사이의 단차를 최소화하고, 장식을 걷어내서 차 자체의 볼륨으로 존재감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SUV 특유의 위아래로 뚱뚱해 보일 수 있는 비례를 이 방식으로 슬림하게 눌러준 게 제 눈에는 꽤 영리하게 보였습니다.
전면부에는 아이코닉 글로우 키드니 그릴이 상시 점등 방식으로 들어갔고, 헤드램프에는 X자 형태의 더블 X라이트 아이콘이 처음으로 X5에 적용됐습니다. 제가 처음엔 이 X자 그래픽이 너무 과하다고 느꼈는데, 알고 보니 과거 야간 내구레이스에서 램프 파손을 막기 위해 X자로 테이프를 붙이던 레이싱 문화를 재해석한 거라고 합니다. 그 맥락을 알고 나니 시각적으로도 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경쟁사 메르세데스-벤츠의 스타 로고처럼, X5만의 얼굴을 전면에 각인시키려는 의도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측면에는 플러시 글레이징(Flush Glazing) 기법이 적용됐습니다. 플러시 글레이징이란 유리와 차체 철판 사이의 이음새를 완전히 숨겨서, 유리가 차체 표면과 하나로 이어진 것처럼 보이게 하는 마감 기술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레인지 로버 스포츠 같은 최고가 차량에서나 볼 수 있던 기법인데, 이제는 신형 BMW 라인업 전반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도어 핸들 역시 B·C 필러 사이에 날개 형상으로 숨겨진 윙렛(Winglet) 방식으로 바뀌었고, 옵션으로 자동문 기능도 지원됩니다.
- 모놀리식 디자인: 면 장식 최소화, 단차 줄여 돌덩어리 같은 묵직함 연출
- 더블 X라이트 아이콘: 레이싱 헤리티지에서 영감받은 X자 헤드램프 그래픽
- 플러시 글레이징: 유리-차체 이음새 제거로 측면 완성도 극대화
- 윙렛 도어 핸들: 날개 형상의 숨겨진 핸들로 모놀리식 디자인 완성
클램쉘 테일게이트, 왜 없앤 거죠?
솔직히 이 부분은 지금도 좀 납득이 안 됩니다. 클램쉘 테일게이트(Clamshell Tailgate)란, 트렁크 문이 위쪽과 아래쪽으로 따로 열리는 방식을 말합니다. 위 유리창만 열거나, 아래 적재판만 열거나, 혹은 둘 다 열 수 있어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죠.
이 구조는 1세대 X5가 출시된 1999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X5만의 상징이었습니다. 사실 1994년에 BMW가 영국 로버 그룹을 인수하면서 랜드로버의 기술과 콘셉트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함께 들어온 요소인데, 그게 20년 넘게 X5의 헤리티지로 자리잡은 겁니다.
제가 이 구조를 실제로 써봤을 때 가장 좋았던 상황이 딱 있습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뒤 벽면에 가깝게 후진 주차를 해놓은 상태에서, 아래 게이트만 살짝 열어서 짐을 밀어 넣는 그 상황이요. 원피스 통짜 테일게이트였다면 그냥 못 열었을 겁니다. 야외에서 아래 판을 내리고 걸터앉아 쉬는 것도 생각보다 꽤 자주 쓰는 기능이었고요.
X5 프로젝트 총괄의 설명에 따르면 아래쪽 게이트만 열었을 때 트렁크 안쪽 깊은 곳에 있는 짐을 꺼내기 힘들다는 오너 피드백이 많았다고 합니다. 아래 판이 앞으로 튀어나오니 짐칸 안쪽까지 손이 닿기 어렵다는 거죠. 이해는 합니다만, 제 생각엔 그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크고, 실제로 해외 반응을 봐도 긍정적인 시각은 거의 없습니다. 비용 절감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대부분이고요. 저도 솔직히 그 의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하나의 차체로 다섯 가지 파워트레인, 이게 되나요?
이번 5세대 X5의 코드네임은 G65입니다. BMW가 전기차 전용으로 새로 만든 노이에 클라세(Neue Klasse) 플랫폼을 쓰는 차들은 코드네임이 NA로 시작하는데, X5는 G로 시작합니다. 뼈대 자체는 기존 CLAR 플랫폼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가솔린,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순수 전기차(BEV), 수소연료전지차(FCEV)까지 다섯 가지 파워트레인을 하나의 차체에 담으려면 기존의 유연한 플랫폼이 오히려 유리한 거죠.
전 세계 시장마다 전동화 속도가 다르다는 현실적인 판단입니다. 아직 내연기관 수요가 남은 시장엔 가솔린·디젤을, 전동화 전환 중인 시장엔 PHEV를, 전기차 인프라가 빠른 시장엔 BEV를, 수소 인프라가 갖춰진 시장엔 수소차를 투입하는 전략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이게 꽤 똑똑한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본인 환경에 맞는 선택지를 고를 수 있으니까요.
파워트레인별 핵심 스펙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X5 40X (가솔린): 직렬 6기통 +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400마력, 제로백 5.3초
- X5 40DX (디젤): 직렬 6기통 디젤 +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313마력, 제로백 6.1초
- X5 50EX (PHEV): 직렬 6기통 + 197마력 모터, 489마력, 전기 주행 최대 102km(국내 약 70km대)
- X5 M60EX (PHEV 고성능): 612마력, 제로백 4.5초
- iX5 60X (전기): 듀얼 모터, 578마력, 144kWh 배터리, WLTP 기준 845km, 급속 최대 460kW (10→80% 23분)
특히 전기차 라인업인 iX5에는 800V 고전압 시스템과 중앙 집중형 도메인 아키텍처(Domain Architecture)가 적용됩니다. 중앙 집중형 도메인 아키텍처란, 기존에 차량 전체에 100개 이상 분산돼 있던 작은 제어 컴퓨터들을 구동·운전자 보조·인포테인먼트·기본 기능 담당 네 개의 고성능 컴퓨터로 통합하는 전기전자 구조를 의미합니다. 이 구조 덕분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훨씬 빠르고 유연해집니다. 배터리 셀은 지름 46mm, 높이 120mm의 46120 원통형 셀이 탑재되며, 미국 스파르탄버그 공장 생산 모델은 LG에너지솔루션에서 셀을 공급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출처: BMW Group 공식).
레벨 2+, 그리고 실내 — 기대만큼 왔을까요?
이번 신형 X5에는 레벨 2+(Level 2+)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탑재됩니다. 레벨 2+란, 기존 레벨 2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에서 한 단계 진화한 개념으로, 고속도로에서 핸즈프리 주행은 물론 시선 방향만으로 차선 변경까지 가능한 수준을 말합니다. BMW가 퀄컴과 협력해 개발한 스냅드래곤 라이드 플렉스(Snapdragon Ride Flex) 소프트웨어가 핵심이며, 유럽 ECE 규정 인증을 업계 최초로 획득했습니다(출처: 유럽연합 교통위원회).
고속도로에서 시속 130km까지 완전히 손을 뗄 수 있고, 내년 초 DCAS(도심 자율주행 허용 규정)가 본격 발효되면 로터리 통과, 신호등 감지 후 정차 및 재출발, 교차로 좌우 회전까지 도심에서도 차가 스스로 처리하는 시티 어시스턴트 기능도 추가됩니다. 테슬라 FSD만큼 강력하지는 않겠지만, 제가 중요하게 보는 건 "지금 당장 완벽한가"보다 "계속 업데이트되면서 나아지는가"입니다. 그 점에서 iX5처럼 중앙 집중형 아키텍처를 갖춘 전기 모델이 장기적으로 유리한 포지션이라고 봅니다.
실내로 들어오면 확실히 급이 달라진 느낌입니다. 전면 유리 하단 전체를 HUD로 활용하는 파노라믹 비전(Panoramic Vision), 17.9인치 프리컷 센터 디스플레이, 조수석 14.6인치 풀 HD 디스플레이가 들어갑니다. 센터 콘솔과 도어 컨트롤 패널에는 세계 최초로 천연 슬레이트 석재 소재가 적용됐고, 기어 셀렉터·볼륨 다이얼·시트 조절 버튼은 크리스탈 마감으로 고급감을 높였습니다. 인포테인먼트는 AAOS(Android Automotive OS) 기반의 아이드라이브 X로, 국내에서는 티맵이 기본 내비게이션으로 탑재됩니다.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기본 오디오가 12개 스피커, 280W 하이파이 시스템인데, 1억 원이 넘는 준대형 SUV치고는 경쟁사 대비 부족합니다. 옵션으로 바워스 앤드 윌킨스(Bowers & Wilkins) 18개 스피커 775W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고 이때부터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지만, 이전 iX의 30개 스피커 구성과 비교하면 오히려 후퇴한 느낌이라 제 눈에는 유독 아쉽게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신형 X5는 언제 출시되고 가격은 얼마나 될까요?
A. 공식 출시 시기와 국내 가격은 아직 확정 발표가 없습니다. 다만 기존 4세대 X5가 국내에서 1억 원 초반대부터 시작했던 만큼, 5세대도 비슷하거나 소폭 높은 수준에서 책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BMW 코리아 공식 발표를 기다려야 합니다.
Q. 클램쉘 테일게이트가 정말 없어진 건가요, 옵션으로는 선택 가능한가요?
A. 현재 공개된 정보 기준으로는 5세대 전 라인업에서 클램쉘 테일게이트가 삭제되고 원피스 통합형 테일게이트로 교체됩니다. 옵션으로도 선택할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되어, 이 기능을 중시했던 기존 오너들에게 실망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Q. iX5 전기차와 기존 X5 가솔린은 실내 구성도 다른가요?
A. 기본 인포테인먼트와 디스플레이 구성은 공통이지만, iX5 전기 모델에는 중앙 집중형 도메인 아키텍처와 800V 고전압 시스템이 추가 적용됩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속도나 자율주행 기능의 확장성 면에서 iX5 쪽이 장기적으로 유리한 구조입니다.
Q. 레벨 2+ 자율주행 기능은 처음부터 국내에서도 쓸 수 있나요?
A. 고속도로 핸즈프리 주행은 출시 시점부터 지원될 예정이지만, 도심 자율주행(시티 어시스턴트)은 국내 법규와 인프라 인증 상황에 따라 활성화 시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유럽 ECE 규정 기준으로 먼저 인증이 완료됐으며, 국내 적용은 별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결론
제가 처음 신형 X5 사진을 봤을 때 "이게 맞나?" 했던 그 낯섦은, 계속 보다 보니 어느새 "이게 맞네"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이른바 뇌이징(Brain Aging)이라고 하죠. 자꾸 보다 보면 익숙해지면서 예뻐 보이기 시작하는 현상인데, 5세대 X5가 딱 그렇습니다. 특히 모놀리식 디자인이 가장 잘 드러나는 측면 실루엣은, 더 커진 차체가 오히려 더 슬림하고 묵직하게 보이는 효과를 냈습니다.
파워트레인 다섯 가지와 레벨 2+ 시스템은 확실히 별점을 높여주는 요소입니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이렇게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준대형 SUV는 시장에서 찾기 어렵습니다. 다만 클램쉘 테일게이트가 사라진 것, 기본 오디오 사양이 경쟁사보다 약한 것은 제 기준에서는 반 개짜리 감점 요인입니다. 시승을 직접 해보기 전까지 최종 판단은 보류하겠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만으로도 "역대 X5 중 가장 많이 바뀐 세대"라는 말은 충분히 납득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