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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스타 4 쿠페를 처음 마주했을 때 솔직히 SUV라는 느낌이 전혀 오지 않았습니다. 루프가 흘러내리는 CUV 실루엣, 뒷유리 없는 독특한 구조… 디자인적으로는 멋있었지만 "이게 SUV야?"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죠.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폴스타 4 SUV 사진을 보는 순간, 그 느낌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부산에서 전량 생산된다는 사실과 함께 유럽 시장에서 쿠페보다 가격이 낮아졌다는 소식까지, 눈여겨볼 포인트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쿠페에서 SUV로, 48개 부품이 만든 변화
폴스타 4 SUV가 나오게 된 배경에는 2024년 CEO 교체가 있습니다. 기존 토마스 잉엔라트 대신 전문 경영인 마이클 로셀러가 취임하면서 브랜드의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한마디로, 디자인에 집착하던 브랜드에서 판매 볼륨을 신경 쓰는 브랜드로 전환된 것입니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폴스타 4 SUV입니다.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 취재에 따르면, 쿠페에서 SUV로 바뀌면서 교체된 부품은 단 48개라고 합니다. 자동차 한 대에 수만 개 부품이 들어가는 걸 감안하면, 사실상 파생 모델을 최소 비용으로 뽑아낸 셈입니다. 그런데 결과물을 보면 어설픈 티가 나지 않습니다. 제가 공개 사진을 꼼꼼히 들여다봤는데, 흘러내리던 루프라인이 자연스럽게 펴지면서 뒤쪽 실루엣이 정돈된 느낌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이 모습으로 나올 계획이었던 것처럼 조화가 잡혀 있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역시 뒷유리 장착입니다. 기존 쿠페 모델은 뒷유리 자체가 없어서 루프 카메라로 디지털 룸미러(차 뒤쪽 화면을 실내 거울 화면으로 대체하는 방식)를 구현했습니다. 여기서 디지털 룸미러란 카메라로 후방 영상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실내 미러에 송출하는 기술로, 뒷유리가 없어도 후방 시야를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SUV 모델에서는 뒷유리가 생겼으니 일반 룸미러가 기본으로 들어가고, 디지털 룸미러는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가 기존 쿠페 오너 분들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던 게 블랙박스 문제였습니다. 뒷유리가 없으니 후방 블랙박스 시공이 번거로웠던 건데, 이제 그 불편함이 자연스럽게 해소됐습니다. 저도 이 부분이 꽤 인상 깊었습니다.
- 루프라인 변경 — 흘러내리던 쿠페 실루엣에서 곧게 세워진 SUV 형태로 전환
- 뒷유리 장착 — 일반 룸미러 기본 적용, 디지털 룸미러는 옵션 선택
- 2열 헤드룸 2.5cm 추가 확보 — 기존도 부족하지 않았는데 거기서 더 늘어남
- 폴딩 시 적재 공간 1,665L — 쿠페 대비 129L 증가, 20인치 캐리어 3개 추가
- 풀랭스 루프 레일 장착, 주행 중 하중 100kg까지 허용
부산 생산, 그리고 항속거리가 늘어난 이유
폴스타 4 SUV는 전 세계 판매 물량 전부를 르노코리아 부산 공장에서 생산합니다. 일부가 아니라 100% 메이드 인 코리아입니다. 이미 지난 2분기부터 생산이 시작됐고, 유럽에는 올해 4분기부터 인도 예정이라고 합니다. 공개된 보도자료 사진에도 한국어가 적힌 부산 야적장 사진이 그대로 등장합니다.
부산에서 만드는 이유는 단순히 인건비 문제가 아닙니다. 핵심은 상계관세(Counter-Vailing Duty, CVD)입니다. 상계관세란 특정 국가의 정부 보조금을 받아 저렴하게 생산된 수입품에 추가로 부과하는 관세로, 수입국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유럽연합은 2023년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상계관세를 확정 부과하고 있는데, 지리 그룹 계열 차량에는 기본 수입 관세 10%에 추가로 18.8%가 붙습니다. 폴스타는 지리 그룹 산하 브랜드이므로 중국 링보 공장에서 생산할 경우 총 28.8%의 관세를 그대로 맞게 됩니다(출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무역방어 정책).
반면 한국산으로 인정받으면 한-EU FTA(자유무역협정) 덕분에 이 관세가 0%가 됩니다. 단, 조립만 한국에서 한다고 한국산으로 인정받는 건 아닙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한-EU FTA 원산지 규정상 승용차는 비원산지 재료, 즉 한국산도 EU산도 아닌 중국산 부품 비율이 공장도 가격의 45%를 넘지 않아야 원산지를 인정받습니다(출처: 미국 의회조사국(CRS)). 여기서 원산지 규정(Rules of Origin)이란 어느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인지를 판별하는 기준으로, 단순 조립이 아닌 부품 조달처까지 따지는 규정입니다.
그리고 성능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유럽 기준 항속거리가 쿠페보다 10km 늘어난 630km입니다. 사실 10km가 대단한 수치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저는 이게 단순한 숫자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다 충전 타이밍을 놓쳐서 잔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로 다음 충전소를 향해 달릴 때, 5km도 정말 소중하게 느껴진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니 10km는 실생활에서 분명히 체감되는 차이입니다.
거리가 늘어난 건 캄 테일(Kamm Tail) 설계 덕분으로 보입니다. 캄 테일이란 차량 후면을 수직에 가깝게 잘라내 공기 흐름이 특정 지점에서 명확하게 분리되도록 유도하는 공기역학 설계입니다. 완만하게 흘러내리는 쿠페 형태보다 뒤쪽 공기 흐름이 오히려 더 정돈되면서 항력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깁니다. 앞에서 공기를 잘 가르는 것만큼, 뒤에서 깔끔하게 흘려보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이번 사례에서 다시 느꼈습니다.
한국 가격 전망, 기대와 현실 사이
유럽에서는 폴스타 4 SUV가 쿠페보다 확실히 저렴합니다. 독일 기준으로 리어 모터 모델 시작가가 57,900유로인데, 기존 쿠페 정가 61,900유로보다 4,000유로, 우리 돈으로 약 630만 원 낮습니다. 공간도 더 넓어지고 뒷유리도 생겼는데 가격은 오히려 내려갔으니, 구조적으로 상계관세 부담이 그대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 결과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흘러갈 거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저도 솔직히 이 부분은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좀 복잡한 심정이었습니다. 이유를 따져보면 이렇습니다. 기존 폴스타 4 쿠페는 중국에서 만들어 수입할 때 CIF 가격(차량 원가에 운임·보험료를 더한 수입 원가) 기준으로 관세 8%를 납부해 왔습니다. 여기서 CIF(Cost, Insurance, Freight)란 수입 물품의 원가에 운송 비용과 보험료를 합산한 수입 원가 기준을 의미합니다. 부산 생산으로 이 관세 8%가 빠지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국내 생산으로 새로 들어오는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폴스타 4 쿠페를 생산하는 중국 저장성 공장 인건비와 르노코리아 부산 공장 인건비는 차원이 다릅니다. 2019년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르노 부산 공장 직원 평균 연봉이 2017년 기준 7,800만 원이었는데, 같은 시기 저장성 평균 연봉은 우리 돈으로 2,800만 원 수준입니다. 단순 계산으로만 봐도 인건비 차이가 세 배 가까이 납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양쪽 다 올랐겠지만, 격차가 좁혀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거기다 한-EU FTA 원산지 규정을 충족하려면 중국산 부품 비율을 45% 아래로 낮춰야 하는데, 한국산이나 유럽산 부품이 중국산보다 대체로 비쌉니다. 그러니 관세가 빠지는 만큼 부품 조달 비용이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제 생각엔 쿠페보다 극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다만 폴스타가 우리나라 시장을 꽤 진지하게 보고 있다는 건 숫자가 증명합니다. 폴스타 4는 작년 한 해 2,611대 판매됐는데, 올해는 7월까지만으로 이미 2,658대를 넘겼습니다. 이런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기는 어렵겠죠. 개인적으로는 기존 쿠페 가격인 6,690만 원보다 200만 원 정도 낮은 선에서 출발해 준다면, 우리나라 프리미엄 전기 SUV 시장에서 꽤 강한 포지션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폴스타 4 SUV는 쿠페랑 뭐가 다른가요?
A. 가장 큰 차이는 뒷유리 장착과 루프라인입니다. 쿠페는 뒷유리가 없어서 디지털 룸미러로 후방을 확인했지만, SUV는 일반 뒷유리와 룸미러가 기본으로 들어갑니다. 2열 헤드룸은 2.5cm, 시트 폴딩 시 적재 공간은 129L 더 늘어났고, 풀랭스 루프 레일도 추가됐습니다. 교체된 부품은 48개에 불과한데도 완성도가 높다는 게 인상적입니다.
Q. 왜 하필 부산에서 만드나요?
A. 유럽의 상계관세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보내면 기본 관세 10%에 지리 그룹 상계관세 18.8%를 더해 총 28.8%를 부담해야 합니다. 반면 한국산으로 인정받으면 한-EU FTA 덕분에 이 관세가 0%가 됩니다. 단순히 조립 라인만 옮긴 게 아니라 부품 조달 구조 자체를 바꿔야 원산지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한국에서도 쿠페보다 가격이 낮아지나요?
A. 유럽처럼 630만 원 이상 낮아지는 건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관세 8%가 빠지는 대신 국내 인건비와 한국산·유럽산 부품 조달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다만 폴스타가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보는 만큼, 최소한 쿠페와 비슷하거나 소폭 낮은 가격으로 출시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Q. V2L 기능은 어떻게 쓰나요?
A. V2L(Vehicle to Load)이란 차량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외부 기기에 공급하는 기능입니다. 폴스타 4 SUV는 최대 3.3kW까지 전기를 공급할 수 있으며, 인증된 전용 어댑터를 폴스타 홈페이지에서 별도 구매해야 합니다. 기존 폴스타 4 쿠페 오너도 OTA 업데이트를 통해 이 기능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결론
폴스타 4 SUV를 살펴보면서 든 생각은, 이 차가 단순히 파생 모델 하나가 추가된 게 아니라 브랜드가 방향을 바꾼 신호라는 점입니다. 디자인에 집착하던 브랜드가 "사람들이 원하는 걸 만들자"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결과물이고, 그 첫 번째 시도가 꽤 설득력 있게 나왔습니다. 48개 부품 교체로 이만한 완성도를 뽑아낸 건 제가 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국내 출시는 내년 상반기 예정입니다. 가격이 쿠페보다 얼마나 낮아질지가 관건인데, 부산 생산이라는 구조적 이점이 얼마나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실물을 처음 마주했을 때 어떤 느낌일지, 솔직히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