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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 전기차 충전소에서 위장막을 두른 테스트카를 처음 마주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가려져 있는데도 그 덩치와 존재감이 주변 차들을 완전히 압도했거든요. 제네시스 GV90은 국내 최고급 브랜드가 처음으로 순수 전기차 플랫폼 위에 올린 기함입니다. "전기차라서 조금 심심하지 않을까"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제가 자료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디자인과 사양 — 수치로 검증한 럭셔리의 실체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그릴이 막혀 있어 디자인이 단조롭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런데 GV90을 보면 그 공식이 완전히 깨집니다. 제가 직접 살펴봤을 때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은 건 윙페이스 ML 헤드램프였는데, 차체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는 1체형 구조입니다. 여기서 윙페이스 ML 헤드램프란, 15mm×15mm 단위의 초소형 LED 모듈을 차체 전면 전체에 배열해 마치 보석이 산란하는 것처럼 빛을 내는 제네시스 고유의 램프 시스템을 말합니다. 기존의 크레스트 그릴 패밀리룩을 전기차 시대에 맞게 완전히 재해석한 결과물이죠.
후면에는 컬리스 공법이 적용된 테일램프가 들어갔습니다. 컬리스 공법이란 램프 모듈을 차체 패널 안쪽에 완전히 매립해 외부 표면과 단차를 없애는 기술로, 쉽게 말해 램프가 있는지조차 모를 만큼 매끄러운 면을 만들어냅니다. 제가 손으로 직접 만져봤다면 굴곡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진으로 봐도 그 마감이 압도적입니다. 조선 백자 달항아리의 곡선과 매끈함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설명이 허언이 아니었습니다.
측면으로 가면 24인치 대구경 휠이 장착돼 있습니다. 이 사이즈는 기존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같은 풀사이즈 SUV에서나 볼 수 있던 규격인데, GV90에 그대로 들어왔습니다. 서스펜션은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과 듀얼 밸브 댐퍼가 함께 적용됩니다. 듀얼 밸브 댐퍼란 충격을 흡수하는 밸브와 흡수 후 차체 바운싱을 억제하는 밸브를 각각 따로 두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충격도 부드럽고, 넘고 나서도 출렁이지 않는 두 가지 성능을 동시에 잡는 방식입니다. 무게가 3톤을 넘는다는 인증 수치가 처음엔 걱정스러웠는데, 코치도어 B필러의 철판 두께를 1.5배 늘리는 식의 구조 보강 때문이라는 걸 알고 나니 오히려 납득이 됐습니다.
배터리는 삼성SDI가 공급하는 123.5kWh 각형 셀입니다. 각형 셀이란 원통형이나 파우치형과 달리 사각 케이스에 전극을 쌓아 넣은 방식으로, 외부 충격에 형태가 유지되고 셀 상단의 안전 벤트를 통해 내부 압력을 설계된 방향으로 배출할 수 있어 열폭주 전파를 늦추는 데 유리합니다.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각형 셀 채택인데, 최고급 기함에 안전성 측면에서 검증된 배터리 구조를 선택한 것은 충분히 타당한 판단으로 보입니다. 구동 모터는 전륜 326마력, 후륜 340마력으로 합산 666마력을 발휘하며, 이는 현대차 그룹 전기차 역사상 최고 출력입니다(출처: Genesis 공식 사이트).
- 윙페이스 ML 헤드램프 — 차체 전면을 가로지르는 1체형 LED 램프 시스템
- 컬리스 공법 테일램프 — 차체 패널과 단차 없이 매립된 후면 램프
- 24인치 DC타입 휠 — 풀사이즈 SUV급 대구경, 난반사 크롬 처리
-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 + 듀얼 밸브 댐퍼 — 충격 흡수와 바운싱 억제 동시 구현
- 삼성SDI 123.5kWh 각형 셀 — 브랜드 최초 적용, 안전 벤트 구조 탑재
- 합산 666마력 — 현대차 그룹 전기차 역대 최고 출력
탑승 경험 — 기대치와 실제 사이의 간극
네오룬 퍼스트 에디션 4인승 모델의 핵심은 B필러리스 코치도어입니다. 기존에 B필러리스 도어를 채택했던 차들은 앞문이 열려야 뒷문이 열리는 방식이었는데, GV90의 네오룬 아치 게이트는 앞뒤 문이 독립적으로 작동합니다. 세계 최초입니다. 달 항아리를 위아래로 나눠 접합하던 방식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때는 다소 마케팅적 과장처럼 들렸습니다. 그런데 앞뒤 도어가 서로 맞물려 B필러를 가상으로 구현하는 구조라는 걸 알고 나니, 디자인 철학과 공학적 해법이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1열 시트가 180도 회전하는 기능도 인상적입니다. 주행 중에는 사용할 수 없지만, 문을 열고 정차 상태에서 앞뒤 승객이 마주보며 공간을 공유하는 경험은 일반 SUV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가족끼리 차 안에서 티타임을 즐긴다는 게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포테인먼트는 플레오스 커넥트 W가 적용됩니다. 여기서 플레오스 커넥트 W란 기존 현대차 그룹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와이드 디스플레이에 맞게 확장한 버전으로, 주행 중에는 23.6인치 9대 2 비율로, 정차 시에는 화면이 9cm 세로로 더 올라와 24.9인치 24대 9 비율로 전환됩니다. 솔직히 이 팝업 구조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와이드 상태로 고정해도 충분히 활용도가 높을 것 같은데, 굳이 주행 중 화면 크기를 줄이는 방식이 사용자 편의를 위한 건지 아니면 안전 규제를 의식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아 아쉬운 부분으로 남습니다.
오디오는 뱅앤올룹슨의 25개 스피커 시스템이 탑재됩니다. 기존에 아우디가 23개로 뱅앤올룹슨 협력 모델 중 최다였는데, GV90이 그 기록을 경신했습니다(출처: Bang & Olufsen 공식 사이트). 특히 ALT 트위터가 들어갔는데, 어쿠스틱 렌즈 테크놀로지(ALT)란 트위터 드라이버를 아래에 배치해 소리를 위로 쏜 뒤 천장 전체로 퍼뜨리는 방식입니다. 특정 자리에서만 선명한 고음을 들을 수 있는 스위트 스팟 방식이 아니라, 실내 어느 좌석에서도 균일한 고음질을 경험할 수 있다는 철학입니다. 25개 스피커가 실제로 어떤 소리를 만들어낼지, 이건 제가 직접 시승해서 검증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물리 버튼을 끝까지 살려둔 점도 제 경험상 의미 있는 선택으로 보입니다.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터치스크린 일변도로 가는 추세인데, 크리스탈 소재 물리 버튼을 직접 손끝으로 누르는 촉감이야말로 럭셔리 인테리어가 줄 수 있는 감각 중 하나라는 걸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반면 자율주행 하드웨어가 테슬라 FSD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666마력의 성능과 수천만 원대 가격을 고려했을 때 분명한 아쉬움입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양쪽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다음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GV90 배터리 용량이 경쟁 모델보다 작지 않나요?
A. 수치만 보면 BMW iX5(북미 기준 144kWh)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205kWh)보다 123.5kWh로 적은 건 사실입니다. 다만 삼성SDI 각형 셀은 파우치형 대비 에너지 밀도가 다소 낮은 대신 안전 벤트 구조로 열폭주 전파를 늦추는 장점이 있습니다. 용량과 안전성 사이의 트레이드오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B필러리스 코치도어는 안전한가요?
A. 일반적으로 B필러가 없으면 측면 충돌에 취약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네시스 측 발표에 따르면 비틀림 강성을 오히려 12% 향상시켰습니다. 앞뒤 도어에 각각 B필러를 내장해 맞물리는 구조로, 철판 두께도 일반 모델 대비 1.5배 두껍습니다. 수치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실제 충돌 시험 결과가 나와야 최종 판단이 가능합니다.
Q. GV90 인승별 모델 차이가 큰가요?
A. 4인승, 6인승, 7인승 세 가지가 출시됩니다. 4인승 네오룬 퍼스트 에디션은 B필러리스 코치도어와 1열 180도 회전 시트, 트렁크 격벽 등이 포함된 최상위 구성입니다. 6인승과 7인승은 코치도어가 없는 대신 더 넓은 시트 배열을 제공하며, 팬더 두께와 볼륨감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Q. 뱅앤올룹슨 25개 스피커가 실제로 체감될 만큼 다른가요?
A. ALT(어쿠스틱 렌즈 테크놀로지) 트위터가 핵심인데, 드라이버를 아래 배치해 소리를 위로 쏜 뒤 실내 전체로 퍼뜨리는 방식이라 특정 좌석에 앉지 않아도 고음질을 균등하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현장 시연에서 반응이 상당히 강렬했다는 평이 있었지만, 제 경우엔 직접 시승으로 검증해야 확신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결론
휴게소에서 처음 마주쳤던 그 압도감이 단순히 덩치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걸, 자료를 파고들수록 더 확신하게 됩니다. 윙페이스 ML 헤드램프부터 컬리스 테일램프, 듀얼 밸브 댐퍼, 각형 셀 배터리까지 GV90은 디자인과 공학 양쪽에서 제네시스가 지금껏 쌓아온 것들을 전기차 위에 총집합시킨 결과물입니다. 국내 최고급 기함이 순수 전기차로 나온다는 것 자체가 자동차 산업이 어디를 향하는지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율주행 하드웨어나 플레오스 커넥트 W의 팝업 방식처럼 "과연 이게 최선인가"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그 부분은 시승 후 직접 검증해 보완할 예정입니다. 지금 단계에서 제 판단은, GV90은 전기차에 대한 럭셔리의 기준을 처음 세우는 차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