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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8세대 3시리즈가 가솔린과 전기차를 동시에 공개했습니다. 전 세계 누적 판매 2,000만 대를 넘긴 모델이 이렇게 한꺼번에 두 가지 파워트레인으로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솔직히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예상보다 훨씬 많은 걸 담아 나왔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가솔린의 스포츠 감성과 전기차의 미래 기술, 거기에 자율주행까지 한 세대에 다 욱여넣은 셈이니까요.

BMW 3시리즈 가솔린과 전기차, 사실 완전히 다른 두 대의 차
처음 공개 이미지를 봤을 때 얼핏 비슷해 보였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두 차는 생각보다 훨씬 다른 차였습니다. 가솔린 모델의 전장은 4,765mm, 전기차 i3는 4,760mm로 길이는 거의 비슷합니다. 그런데 휠베이스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가솔린이 2,860mm인 반면 i3는 2,897mm로 무려 37mm나 깁니다. 현행 그랜저 7세대보다도 2mm 더 길다는 수치가 나옵니다.
이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플랫폼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솔린 모델은 BMW가 2015년부터 사용해온 후륜구동 기반 플랫폼인 CLAR(클라)의 최신 버전을 씁니다. 여기서 CLAR란 BMW가 5시리즈 이상에 먼저 적용한 뒤 3시리즈까지 내려온 경량화 후륜 플랫폼으로, 오랫동안 BMW 특유의 스포츠 세단 비율을 만들어온 핵심 뼈대입니다. 반면 전기차 i3는 노이에클라쎄(Neue Klasse)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씁니다. 노이에클라쎄란 BMW가 차세대 전기차를 위해 완전히 새로 설계한 아키텍처로, 배터리 배치와 실내 공간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진 플랫폼입니다(출처: BMW Group 공식 사이트).
가솔린 모델은 직렬 6기통 엔진을 세로로 얹어야 하다 보니 대시트-엑슬(Dash-to-axle) 비율, 즉 앞바퀴 중심부터 A필러 시작점까지의 거리가 길게 나옵니다. 이게 바로 BMW 스포츠 세단 특유의 낮고 긴 보닛 비율을 만들어내는 요소입니다. 제가 2014년에 친구 차를 타봤을 때도 그 낮은 착좌감과 길쭉한 프론트 실루엣이 주는 기분이 확실히 달랐는데, 그 느낌의 근원이 바로 이 비율에 있었던 겁니다. i3는 전방 모터가 엔진보다 훨씬 작으니 대시트-엑슬이 짧아질 수밖에 없고, 줄인 그 공간을 전부 실내 휠베이스로 돌렸습니다.
- 가솔린: CLAR 플랫폼 / 전장 4,765mm / 휠베이스 2,860mm / 차고 1,455mm
- 전기차 i3: 노이에클라쎄 플랫폼 / 전장 4,760mm / 휠베이스 2,897mm / 차고 1,480mm
- 외장 디테일 차이: i3는 플러시 글레이징(유리와 차체 사이 몰딩을 숨긴 처리) 및 공기저항 최소화 휠 디자인 적용
- 휠 사이즈: 가솔린 18~20인치 / i3 19~21인치
노이에클라쎄 디자인 언어가 처음 나왔을 때 저도 솔직히 낯설었습니다. 그런데 iX3를 길에서 자꾸 마주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뇌이징(noising), 그러니까 반복 노출로 인해 낯선 것에 익숙해지는 심리 효과가 이렇게 나타나는 거겠죠. SUV 형태의 iX보다 오히려 세단인 3시리즈에 이 디자인 언어가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지금 들고 있습니다.
BMW 3시리즈 파워트레인과 실내, 기대되는 것과 아쉬운 것
파워트레인 수치부터 보면 가솔린 기본 모델인 320은 2.0L 4기통 터보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얹어 최고출력 211마력, 제로백 7.4초를 냅니다. 여기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란 고전압 배터리를 쓰는 풀 하이브리드와 달리 48볼트 소형 배터리와 모터를 조합해 연비와 반응성을 보완하는 시스템으로, 이번에는 자율주행 시스템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까지 맡습니다. 기존 대비 27마력이 올랐고, ZF 8단 자동변속기가 그대로 이어집니다.
제가 특히 눈이 간 건 M350 xDrive입니다. 3.0L 직렬 6기통 터보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조합해 443마력, 제로백 4.1초를 냅니다. 기존 M340i 대비 51마력이 더 올랐으니 숫자만 바뀐 게 아니라 성능도 확실히 올라갔습니다. 거기다 드리프트 모먼트(Drift Moment)라는 기능이 추가되는데, 기본이 xDrive 사륜구동임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엔진 토크를 100% 후륜으로만 보내는 방식으로 드리프트를 가능하게 만듭니다. 이건 출시 시점이 아니라 내년 중 업데이트로 풀릴 예정인데, 이런 사소한 부분을 챙기는 게 BMW를 BMW답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전기차 i3는 두 가지 트림 모두 듀얼 모터 xDrive 사륜구동으로 먼저 나옵니다. i340 xDrive가 374마력에 제로백 5.4초, 82.8kWh 배터리로 WLTP 기준 최대 710km를 주행합니다. 상위 트림인 i350X는 469마력에 제로백 4.7초, 108.7kWh 배터리로 WLTP 기준 912km까지 나온다고 합니다. WLTP란 Worldwide Harmonised Light Vehicle Test Procedure의 약자로, 유럽식 복합 연비 및 주행거리 인증 방식입니다. 우리나라 인증은 통상 WLTP의 75% 수준이라 i350X 기준으로 국내에서는 약 680km대가 현실적인 수치로 예상됩니다(출처: 한국에너지공단 자동차 에너지소비효율 기준).
실내는 BMW 파노라믹 아이드라이브가 핵심입니다. A필러 전체를 아우르는 파노라믹 비전, 3D 헤드업 디스플레이, 모서리를 비스듬히 잘라낸 19.9인치 프리컷 중앙 디스플레이, 그리고 새로운 스포크 하나짜리 핸들로 구성됩니다. 운영체제는 BMW 오퍼레이팅 시스템 X로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 기반이라 티맵, 멜론, 유튜브, 디즈니 플러스 등 다양한 서드파티 앱을 직접 설치해서 쓸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던 경험상 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실사용에서 버벅임이 거의 없었고 반응 속도도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으로 아쉬웠습니다. 오디오 기본 사양이 7스피커에 205W라는 건, 같은 급 경쟁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전기차가 최상위 옵션으로 19스피커에 750W급 부메스터 4D 오디오를 제공하는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상위 옵션인 하만카돈 구성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니 단정 짓기엔 이르지만, iX3의 하만카돈이 13스피커 365W였던 걸 감안하면 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화면과 앱은 잘 만들어놓고 정작 그 경험을 완성하는 소리는 소극적인 게 아무래도 아쉽습니다.
DCAS 자율주행, 독일 브랜드의 저력이 느껴진 부분
이번 8세대 3시리즈에서 제가 가장 놀란 부분은 사실 자율주행 대응 수준이었습니다. BMW는 자동차 제조사 중 세계 최초로 DCAS 인증을 받아 현재 외국에서 이미 고속도로 핸즈프리 주행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DCAS(Drive Control Assistance Systems)란 유럽에서 규정한 자율주행 레벨 기준 인증 체계를 말하며, DCAS 01은 고속도로에서의 조건부 핸즈프리, DCAS 02는 고속화도로 핸즈프리와 도심 핸즈온까지 허용하는 기준입니다. BMW는 이 두 단계 모두를 이번 3시리즈에 적용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고속도로에서 시속 130km까지 핸들에서 손을 뗀 채로 달릴 수 있고,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설정해두면 고속도로 진입부터 분기점 통과, 출구까지 차가 스스로 처리하는 엔트리-투-엑시트(Entry-to-Exit) 주행이 지원됩니다. 차선을 바꿀 때도 차가 먼저 제안하고 운전자가 고개를 해당 사이드미러 방향으로 돌리면 자동으로 차선을 변경하는 방식입니다.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DCAS 01 기준이 국내 도로교통법에 반영될 예정이고, DCAS 02에 해당하는 도심 주행 보조 기능은 내년 말 또는 내후년 초 업데이트로 제공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시스템은 BMW가 단독으로 만든 게 아니라 퀄컴의 스냅드래곤 라이드 파일럿(Snapdragon Ride Pilot) 솔루션을 기반으로, 두 회사의 엔지니어 1,400명 이상이 공동 개발한 결과물입니다. AI가 주행 상황을 판단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방식과 DCAS 법규를 정확히 지키는 BMW의 룰 기반 안전 스택이 동시에 구동되는 하이브리드 구조입니다. 엔드투엔드 AI는 운전은 잘할 수 있지만 법규상 구체적인 수치 조건을 만족시키기가 어렵고, 반대로 룰 기반만으로는 복잡한 실제 도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힘들기 때문에 두 방식을 함께 돌리는 방식을 택한 겁니다.
하드웨어 구성은 카메라 5개, 레이더 5개, 퀄컴 스냅드래곤 라이드 칩이 가솔린과 전기차 모두에 기본 탑재됩니다. 가솔린 모델은 알터네이터 특성상 전력 공급이 불안정할 수 있는 문제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배터리로 해결했다고 합니다. 엔진이 아이들링 스탑으로 잠깐 꺼지는 순간에도 자율주행 시스템에 안정적인 전력을 유지할 수 있게 설계한 것입니다. 독일 브랜드다운 꼼꼼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8세대 BMW 3시리즈 가솔린과 전기차 i3 중 어떤 게 더 실내가 넓은가요?
A. 전기차 i3가 확실히 더 여유롭습니다. 플랫폼 자체가 다르다 보니 i3의 휠베이스가 2,897mm로 가솔린보다 37mm 더 길고, 현행 그랜저 7세대보다도 길 정도입니다. 다만 휠베이스만으로 뒷좌석 무릎 공간이 결정되는 건 아니라서, 체감 공간은 실차 시승으로 확인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Q. BMW i3 전기차 실주행 거리가 실제로 얼마나 나올까요?
A. 상위 트림 i350X 기준 WLTP 수치가 912km인데, 국내 인증은 통상 WLTP의 75% 수준이라 약 680km대가 예상됩니다. iX3를 가지고 서울-부산 왕복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 불리한 22인치 휠 기준으로도 실주행 712km가 나온 전례가 있어서, i3는 조건이 잘 맞으면 800km 이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Q. 국내에서 자율주행 핸즈프리 기능은 언제부터 쓸 수 있나요?
A. 고속도로 핸즈프리에 해당하는 DCAS 01 수준은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 국내 도로교통법에 반영될 예정입니다. i3 국내 출시 시점에는 이미 사용 가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속화도로 및 도심 핸즈온을 포함하는 DCAS 02 기능은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추가될 예정입니다.
Q. BMW 8세대 3시리즈 M350 드리프트 모먼트 기능이 출시 때부터 있나요?
A. 아닙니다. 드리프트 모먼트는 출시 시점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아니고, 내년 중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배포될 예정입니다. M350 xDrive는 기본이 사륜구동인데, 이 기능이 활성화되면 엔진 토크를 100% 후륜으로만 보내 드리프트가 가능해집니다.
결론
2014년에 처음 3시리즈 핸들을 잡았을 때 느꼈던 건 단순한 이동 수단과는 분명히 다른 무언가였습니다. 낮은 착좌감, 손끝으로 바로 느껴지는 노면 정보, 코너링에서 오는 리듬감. 그게 한번 경험되고 나면 현실적인 목표로 바뀌어버리는 게 3시리즈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8세대는 그 DNA를 지키면서 가솔린과 전기차를 동시에 내놓고, 자율주행까지 야무지게 챙겼습니다. 오디오 사양이 경쟁 모델 대비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본질을 지키며 미래 기술까지 담아낸 점은 확실히 50년 된 모델의 저력이라 느껴집니다. 직접 시승해서 가솔린과 전기차 각각이 우리가 알던 3시리즈의 감각을 얼마나 살렸는지 확인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