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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5를 몰면서 늘 아쉬웠던 게 딱 하나였습니다. 바로 트렁크 공간이었습니다. 차박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해치백 스타일의 적재 공간이 너무 좁아 짐을 싣다 포기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아이오닉9을 직접 보는 순간, "아, 이게 제가 찾던 차구나" 싶었습니다. 110.3kWh 대용량 배터리에 3열 독립 시트, 9,407만 원짜리 AWD 성능형 캘리그래피 풀옵션 사양을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아이오닉9 외관 디자인 — 커 보이지 않는데 실제로는 큽니다
솔직히 처음 사진으로 봤을 때는 그렇게까지 크다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유선형의 부드러운 곡선 덕분에 달리는 모습만 보면 덩치가 잘 가늠이 안 됩니다. 그런데 막상 실제 차량 앞에 서보니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팰리세이드와 나란히 세워놓으면 크기가 비슷하게 느껴졌고, 차체가 낮아 날씬해 보일 뿐이지 결코 작은 차가 아니었습니다.
현대 전기차 라인업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픽셀 디자인(Pixel Design)이 안팎으로 가득합니다. 픽셀 디자인이란 수많은 작은 사각형 조각들을 반복 배열해 빛의 질감과 입체감을 동시에 구현하는 현대차 고유의 디자인 언어입니다. 전면 포지션 램프, 방향 지시등, 헤드램프는 물론 무선 충전 패드, 심지어 프렁크(앞쪽 트렁크) 바닥까지 픽셀 패턴이 들어가 있어서 제가 직접 봤을 때 "이 정도면 다소 과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일관성 있게 적용돼 있었습니다.
측면에서 보면 아이오닉9의 패키징 철학이 한눈에 드러납니다. 2열 유리 면적이 1열보다 눈에 띄게 큰데, 이는 탑승객 중심의 공간 설계를 외부에서도 읽을 수 있게 만드는 의도적인 선택으로 보입니다. 후면 디자인은 테일게이트와 테일램프가 완만한 아치형을 이루고 있어 앞모습에 비해 다소 둥글고 풍성한 인상을 줍니다. 21인치 휠 디자인은 마차 바퀴를 연상케 하는 약간의 레트로 감성이 섞여 있는데, 의외로 전체 디자인과 잘 어울렸습니다. 타이어는 미쉐린 프라이머시 AS, 285/45/21 사이즈입니다.
- 픽셀 디자인: 전면 램프부터 프렁크 바닥까지 안팎 전체 적용
- 2열 유리 면적이 1열보다 현저히 넓은 탑승객 우선 패키징
- 후면은 아치형 테일게이트로 앞모습보다 풍성하고 레트로한 인상
- 21인치 미쉐린 프라이머시 AS 타이어 기본 장착
아이오닉9 실내 공간 — 6인승 패밀리카가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아이오닉 라인업 중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실내라는 건 타보면 바로 압니다. 제가 타고 있는 아이오닉5와 비교하면 대시보드 마감이나 소재 질감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느낌이 확실히 납니다. 아이오닉5나 6와 실내 디자인이 완전히 달라 패밀리룩이 아닌 독자적인 노선을 선택했고, 11.3인치 듀얼 모니터와 12.3인치 계기판이 조화롭게 배치돼 있습니다.
다만 솔직히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눈에 잘 띄는 대시보드나 도어 상단부는 우레탄 소재로 처리가 됐지만, 콘솔 박스 내부나 도어 포켓 안쪽처럼 시선이 잘 닿지 않는 곳은 생 플라스틱으로 마감이 돼 있었습니다. 9,000만 원대 차량치고는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전체 인상이 나쁜 건 아닌데, 조명이 켜지면 앞쪽 패널에서 은은하게 반사가 일어나며 무드 조명의 범위가 실제보다 더 넓어 보이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6인승 구성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슬라이딩 센터 콘솔입니다. 콘솔을 최대한 뒤로 밀면 1열과 2열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콘솔 박스 자체도 앞뒤 양방향으로 열려 1열과 2열 승객이 함께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건 산타페와 비슷한 구조인데, 가족 단위로 타면 의외로 자주 쓰게 되는 기능입니다. 2열에는 개별 전동 시트와 선택 사양으로 독립 디스플레이가 달려 있어서 아이들이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따로 볼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아이들 있는 집에서 이 기능 하나만으로도 장거리 여행 스트레스가 절반은 줄 것 같습니다.
3열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보통 SUV 3열은 헤드룸이 빠듯해 성인이 오래 앉기 힘든데, 아이오닉9 3열은 주먹 한 개 반 정도의 여유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3열 등받이 각도를 전동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3열 전동 등받이 조절 기능은 이 클래스 SUV 중에서도 드문 사양입니다. 파노라마 루프는 2열 헤드레스트까지 뻗어 있어 개방감이 상당합니다. 2열과 3열 시트는 모두 전동 폴딩이 가능하고, 접을 때 앞 시트와 간섭이 생기려 하면 자동으로 앞 시트가 조금씩 이동해 줍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자동 간섭 회피 기능 덕분에 짐 실을 때 전보다 훨씬 편했습니다.
주행 성능 — 428마력인데 승차감은 기대에 못 미칩니다
AWD 성능형의 최고 출력은 428마력입니다. 이 수치는 G80 3.5 터보와 0-190km/h 가속 시간이 18초 내외로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수치만 보면 대형 전기 SUV에 이 정도 성능이 필요한지 의문이 들 수도 있는데, 실제로 타보면 에코 모드에서도 일상 가속이 충분하고 스포츠 모드로 올리면 체감 차이가 크게 납니다. 에코 모드에서는 기본적으로 후륜 단독 구동을 하다가 코너링이나 급가속 시에만 전후 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시승회 당시 탔던 차보다 주행 거리가 34,000km 이상 쌓인 차량을 다시 타봤더니 하체 느낌이 확연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묵직하게 노면을 눌러주는 느낌보다는 약간 가볍고 튀는 느낌이 강해졌고, 안 좋은 노면을 지날 때 상하 바운싱이 예상보다 빠르게 옵니다. 여기서 상하 바운싱이란 차체가 노면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위아래로 진동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무거운 차에서 이 진동이 빠르게 수렴되지 않으면 장거리 탑승 피로도가 높아집니다. 항속형이 이보다 승차감이 나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ACC(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 쉽게 말해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해 주는 주행 보조 기능 — 을 걸고 고속 주행을 하다 보면, 이음매나 거친 노면을 지날 때 차가 주춤거리거나 살짝 앞으로 튀는 느낌이 가끔 있습니다. 현대차 라인업에서 이런 거동이 유독 도드라지는 모델이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아이페달 3.0(i-Pedal 3.0) — 가속 페달 하나로 가감속을 모두 제어하는 원페달 드라이빙 기술의 최신 버전 — 이 미적용된 것도 최근 출시된 현대 전기차들과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풍절음 억제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차체가 크고 높으면 그만큼 풍절음이 커지기 마련인데, 고속 주행 시 풍절음이 차체 크기를 감안하면 꽤 잘 잡혀 있었습니다. 이중 접합 유리(Laminated Glass) — 두 장의 유리 사이에 특수 필름을 끼워 소음과 진동을 동시에 차단하는 유리 — 가 정숙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도어를 닫을 때 다른 차보다 힘이 더 필요한 이유도 이 밀폐 실이 두껍게 보강돼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현대자동차 공식 아이오닉9 페이지
전비와 가격 — 9,400만 원이 아깝지 않을까요?
아이오닉9의 배터리 용량은 110.3kWh로, 현재 현대 전기차 라인업 중 가장 큰 용량입니다. kWh(킬로와트시)란 배터리가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을 나타내는 단위로, 수치가 클수록 한 번 충전으로 더 멀리 갈 수 있습니다. 공인 복합 주행 거리는 500km를 조금 넘는데, 고속도로 위주로 달려도 실주행 기준 550km 이상은 무난히 나온다는 결과가 실제 운행 데이터에서 확인됩니다. 비 오는 날 낙산사까지 왕복했을 때 평균 전비가 5.7~6.2km/kWh 사이로 나왔다는 사례도 있는데, 기후 조건을 감안하면 준수한 수치입니다. 출처: EV Energy 전비 데이터 참고
가격은 AWD 성능형 캘리그래피 풀옵션 기준 9,407만 원입니다. EV9과 비교하면 비슷한 급의 3열 전기 SUV인데 아이오닉9이 다소 높게 형성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직접 실내를 비교해봤을 때 아이오닉9의 내장재 마감과 공간 활용도는 EV9보다 한 단계 고급스럽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슬라이딩 콘솔, 2열 전동 독립 시트, 3열 전동 등받이, 에르고 모션 시트(Ergo Motion Seat) — 장거리 운전 중 허리 피로를 줄이기 위해 일정 시간마다 자동으로 허리 지지력을 조절해 주는 기능 — 까지 더하면 가격이 납득될 여지가 있습니다.
충전 커버는 리어 펜더에 위치하고 전동 개폐 방식입니다.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 연결, 보스(BOSE) 프리미엄 오디오, 2열 독립 디스플레이(넷플릭스·유튜브 지원), 디지털 사이드 미러(Digital Side Mirror) — 기존 광학 거울 대신 카메라와 실내 모니터로 측후방을 확인하는 시스템 — 등이 포함된 풀옵션 패키지를 고려하면 단순 차량 가격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악천후에서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빗물이 카메라 방향에 맺히지 않아 광학 거울보다 시인성이 확실히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이오닉9 6인승과 7인승 중 어느 것이 더 좋은가요?
A. 6인승은 2열에 독립 시트 두 개가 들어가 1인당 공간이 넉넉하고 전동 리클라이닝·통풍 시트 등 편의 사양이 집중됩니다. 7인승은 2열에 벤치 시트가 들어가 세 명까지 앉을 수 있어 짐 적재보다 인원 수송이 더 중요할 때 유리합니다. 패밀리카로 아이들 장거리 탑승이 잦다면 2열 디스플레이를 각자 쓸 수 있는 6인승이 더 실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아이오닉9 항속형과 성능형 승차감 차이가 큰가요?
A. 성능형은 AWD 고출력 세팅에 맞춰 하체가 다소 단단하게 튜닝된 것으로 보입니다. 항속형은 동일한 플랫폼에서 하체 세팅이 더 부드럽게 잡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장거리 위주의 편안한 패밀리 주행이 목적이라면 항속형이 더 어울리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Q. 아이오닉9 실주행 전비는 얼마나 나오나요?
A. 고속도로 위주 주행 기준으로 평균 전비 5.7~6.2km/kWh 내외가 확인됩니다. 공인 주행 거리인 500km를 고속도로에서 넘기는 것은 무리 없고, 국도와 시내 구간이 섞이면 550km 이상도 가능합니다. 110.3kWh 대용량 배터리 덕분에 대형 SUV 치고 전비가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Q. 아이오닉9 차박 용도로 괜찮은가요?
A. 2열과 3열 시트를 모두 전동 폴딩하면 거의 평평한 바닥이 만들어져 차박에 적합한 구조입니다. 파노라마 루프 면적도 넓어 개방감도 있습니다. 다만 6인승은 2열 독립 시트 구조 특성상 폴딩 후 바닥 너비가 7인승 벤치 시트보다 조금 좁을 수 있습니다.
결론
아이오닉5를 타면서 느껴온 공간의 갈증이 아이오닉9 앞에서는 완전히 해소됩니다. 픽셀 디자인이 관통하는 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슬라이딩 콘솔과 3열 전동 폴딩이 만드는 실용적인 공간 활용, 그리고 550km 이상의 실주행 거리까지 — 제 다음 차 리스트에서 아이오닉9은 이미 1순위입니다.
다만 9,400만 원대 가격을 결정하기 전에 하체 승차감이 본인의 주 주행 환경과 맞는지는 반드시 직접 시승해 보길 권합니다. 성능형보다 항속형이 더 편안할 수 있고, 옵션 구성에 따라 가격 차이도 상당합니다. 저도 실구매 전에 두 트림을 나란히 타볼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