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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카이엔 일렉트릭, 시작 가격 1억 4,230만 원. 같은 급 가솔린 모델보다 약 150만 원 낮은 가격으로 국내 최초 공개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잠깐 멍했습니다. 2015년, 회사 대표님 차 뒷좌석에서 처음 카이엔을 타보고 "차가 이럴 수도 있구나"를 배웠던 그 기억이 다시 떠올랐거든요. 그 카이엔이 이제 전기차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외관 디자인 — 늘씬해진 실루엣, 그런데 아가미는 좀 과했다
카이엔 일렉트릭의 전체 크기는 길이 4,985mm, 너비 1,980mm, 높이 1,674mm입니다. 이전 3세대 가솔린 모델보다 전장이 55mm 길어졌고, 휠베이스는 무려 128mm 늘어났습니다. 이 휠베이스 확장이 가능했던 건 마칸 일렉트릭과 함께 사용하는 PPE 플랫폼 덕분인데, PPE 플랫폼이란 아우디와 포르쉐가 전기차 전용으로 공동 개발한 아키텍처로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납작하게 깔아 앞뒤 오버행을 줄이고 실내 공간을 극대화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2015년에 탔던 구형 카이엔은 앞 코가 굉장히 길고 묵직한 인상이었습니다. 그 이유가 바로 프론트 오버행이 길었기 때문인데, 이번 일렉트릭은 그 오버행을 과감하게 줄이면서도 전체 실루엣이 둔해 보이지 않도록 정리한 게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카이엔 최초로 적용된 프레임리스 도어도 이 늘씬한 인상을 만드는 데 한몫하고 있고요.
헤드램프는 HD 매트릭스 헤드램프가 탑재됐는데, 한쪽에 픽셀이 32,000개씩 양쪽 합산 64,000개가 들어갑니다. 여기서 HD 매트릭스 헤드램프란 수만 개의 미세 픽셀을 개별 제어해 반대편 차량에 눈부심을 주지 않으면서도 상향등을 유지하는 조명 기술을 말합니다. 저는 카이엔 일렉트릭을 산다면 이 옵션만큼은 무조건 선택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면 전면 하단의 액티브 에어플랩은 솔직히 제 취향에는 좀 과했습니다. 액티브 에어플랩이란 냉각이 필요할 때 열리고 불필요할 때 닫혀 공기 저항을 줄이는 가변형 흡기구를 말하는데, 기능적으로는 훌륭한 장치입니다. 다만 마치 아가미를 벌린 것 같은 형상이 전면 상단의 매끈한 처리와 너무 대조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조금 더 부드러운 형태로 다듬었다면 전체 디자인의 완성도가 더 높아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휠베이스 128mm 확장 → PPE 플랫폼 적용으로 실내 공간 극대화
- 카이엔 최초 프레임리스 도어 → 측면 실루엣 더욱 날렵하게
- HD 매트릭스 헤드램프 64,000픽셀 → 야간 주행 안전성 및 라이트 카펫 연출
- 액티브 에어플랩 → 기능적으로는 탁월하나 디자인 완성도 면에서는 호불호 갈릴 것으로 보임
- 전방 레이더 1개 + 측면 레이더 4개 + 카메라로 운전자 보조 시스템 구성
실내 공간과 주행 성능 — 2열은 아쉽고, 달리는 건 여전히 포르쉐다
1열에 앉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플로우 디스플레이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곡률 형태의 OLED 패널이 조수석까지 연결된 구조인데, 갤럭시 폴드를 펼쳐 놓은 것처럼 접히는 형태의 디스플레이는 저도 처음 봤습니다. 처음 사진으로 봤을 때는 햇빛이 내리쬐면 곡률 때문에 빛이 반사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실내에서 직접 확인해보니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선명한 밝기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예상 밖으로 만족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이 디스플레이 중심의 실내 구성이 포르쉐다운 느낌을 조금 희석시키는 것 같습니다. 제가 2015년에 처음 카이엔 뒷좌석에 탔을 때 감탄했던 건 플라스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소재감이었습니다. 제 차 아반떼는 실내가 온통 플라스틱이었거든요. 그때 물리 버튼 하나하나의 묵직한 클릭감과 소재가 주는 감각이 '럭셔리'의 정의를 바꿔놨는데, 터치 디스플레이가 되고 나니 그 특별한 조작감이 많이 사라진 느낌입니다. 공조 장치 버튼만큼은 물리 버튼으로 남겨 둔 게 그나마 포르쉐다운 배려입니다.
2열 공간은 휠베이스가 128mm 늘어난 만큼 확실히 넓어졌습니다. 레그룸이 주먹 두 개 반 이상, 약 15cm 수준의 여유를 보여주고 있어 패밀리카로도 충분한 공간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전기차 전용 PPE 플랫폼을 쓴다고 해놓고 2열 바닥에 센터 터널이 그대로 올라와 있습니다. 배터리를 최대한 탑재하기 위해 센터 터널 아래 공간까지 꽉 채웠다는 이야기인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장점 중 하나가 플랫 플로어, 즉 바닥을 완전히 평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임을 감안하면 아쉬운 선택입니다. 여기서 플랫 플로어란 배터리를 차체 하부에 분산 배치해 실내 중앙 돌출부를 없애는 전기차 고유의 공간 설계 방식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 가격대의 차량임에도 2열 승객을 위한 별도 조작 패널이나 독립 공조 조절 장치가 없다는 건 솔직히 아쉬웠습니다. 암레스트를 내리면 컵홀더 두 개가 전부입니다.
주행 성능으로 넘어가면, 기본 모델은 일반 주행 시 408마력, 런치 컨트롤 사용 시 442마력으로 제로백 4.8초입니다. 런치 컨트롤이란 출발 시 구동 계통을 최적 상태로 세팅해 최단 시간에 최대 가속력을 끌어내는 기능을 말합니다. 고성능 터보 모델은 일반 주행 857마력에서 푸시투 패스 버튼을 누르면 1,033마력, 런치 컨트롤까지 더하면 1,156마력으로 제로백 2.5초를 기록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 SUV 자리를 다시 가져온 수치입니다(출처: 포르쉐 코리아).
배터리는 LG 에너지 솔루션의 NCM 배터리 113kWh가 탑재되고, 800V 시스템을 기반으로 400kW급 급속 충전을 지원해 10%에서 80%까지 단 16분이면 채울 수 있습니다. 국내 인증 기준으로 500km 초반대 주행 거리는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는 수준입니다(출처: LG 에너지솔루션). 달리는 차가 근본인 포르쉐답게, 전기차가 됐어도 이 부분만큼은 타협이 없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카이엔 일렉트릭 가격이 가솔린보다 싸다고 하던데 실제로 그런가요?
A. 네, 국내 공개 기준 시작 가격이 1억 4,230만 원으로, 동급 가솔린 모델보다 약 150만 원 낮게 책정됐습니다. 물론 여기에 HD 매트릭스 헤드램프나 포르쉐 액티브 라이드(PAR) 같은 옵션을 추가하면 가격은 상당히 올라가기 때문에, 시작 가격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실구매 견적을 꼼꼼히 따져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Q. 전기차인데 카이엔 특유의 주행 감성이 살아있나요?
A. 수치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 SUV 자리를 되찾을 만큼 성능이 올라갔습니다. 다만 내연기관 특유의 엔진 사운드와 아날로그적 감성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2015년에 카이엔 V8 엔진 소리에 감탄했던 그 느낌은, 전기차에서는 솔직히 다른 방식의 감동으로 대체됩니다. 포르쉐가 그 간극을 어떻게 채울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Q. PPE 플랫폼 썼는데 2열 바닥이 왜 평평하지 않나요?
A. 113kWh라는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기 위해 센터 터널 하단 공간까지 배터리로 채웠기 때문입니다. 플랫 플로어를 포기하고 주행 거리를 선택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쓴다고 해서 반드시 완전한 평평한 바닥이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가격대라면 2열 승객 편의에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Q. 카이엔 일렉트릭 충전 속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A. 800V 시스템 기반으로 400kW급 급속 충전을 지원해 배터리 10%에서 80%까지 단 16분이면 충전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전기차 중에서는 압도적으로 빠른 편에 속합니다. 다만 국내에서 400kW 출력을 실제로 지원하는 충전 인프라가 얼마나 확충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결론
카이엔은 포르쉐가 망하기 직전이던 시절, 브랜드를 구해낸 구원 투수였습니다. 지금 포르쉐가 또 한 번 위기를 맞고 있는 시점에 카이엔 일렉트릭이 나왔다는 건, 그 역사가 되풀이되길 바라는 기대가 담긴 출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경험상, 2015년 카이엔에서 배운 게 있다면 "가격이 다가 아니라 경험의 총합이 값어치를 만든다"는 겁니다. 카이엔 일렉트릭은 늘씬해진 외관, 세계 최고 수준의 주행 성능, 400kW 급속 충전이라는 분명한 강점이 있습니다. 반면 2열 센터 터널, 부족한 후석 편의 장치, 물리 버튼의 감소라는 아쉬움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1~2인 주도로 쓰는 분이라면 그 강점이 단점을 충분히 덮어줄 것으로 보이지만, 온 가족이 함께 쓰는 패밀리카 용도라면 2열을 직접 체험해보고 판단하는 걸 권하고 싶습니다.
포르쉐 카이엔 일렉트릭의 정식 출시 일정과 최종 국내 가격은 포르쉐 코리아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